불치병 환자에게 병 상태 알려야 할까요? - 웰다잉(well-dying)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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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치병 환자에게 병 상태 알려야 할까요? - 웰다잉(well-dying)은 무엇인가요?

by 숲의새 2023. 3. 7.

더 이상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불치병 환자가 남은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고 고통이 덜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불치병 환자에게 상태를 알리고 생을 정리하도록 도와야 할까요?

불치병 환자에게 상태를 알려야 할까요 ? (그림출처 : 블로그, 암병원 의사들)
불치병 환자에게 상태를 알려야 할까요 ? (그림출처 : 블로그, 암병원 의사들)

1. 말기 암 환자 대상, 서울대학교 병원의 조사 (2009년)

서울대학교병원 암건강증진센터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2009년도 전국의 34개 보건복지부 지정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한 말기암환자 345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말기상태를 아는 것이 죽음의 질과 치료계획에 대한 의사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습니다.

구분 본인의 병 상태를 아는 환자군 본인의 병상태를 모르는 환자군 비고
죽음의 질 (18개 지표) 5.04점 4.8점 전혀그렇지않다1점
매우 그렇다    7점
미래에 대한 통제감 5.18 4.04  
희망이나 즐거움을 가지고 지내는 것 4.55 3.92  
병이나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는 것 4.41 4.26  
말기 치료 계획에 대한 가족간 이견 비율 25.1% 31.5% 환자가 자신의 병상태를 안다면 가족간 의견 차이가 줄어듭니다.
가족간에 치료에 대해 이견 있을 때 환자 의견에 따라 결정한 비율 48.9% 24.1%

환자가 스스로 말기 상태를 아는 것은 환자가 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환자와 가족이 보다 조화롭고 환자의 뜻에 따른 결정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말기암 환자가 인생을 편안히 마무리하고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2. 불치병 환자 대상조사

2.1 서울대학교병원 조사 (2020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2020년 12월에, 전국의사 928명, 일반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본인이 환자인 경우와 본인의 가족이 환자인 경우 등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장기부전, 루게릭병과 같은 치료 불가능한 신경계 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뇌경색 또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느냐고 묻는 식으로 설문했습니다.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환자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 일반인인 경우에 본인이 환자일 때보다 '내 가족'이 환자라면 불치병 사실을 알리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구분 의사 일반인 비고
불치병 사실과 말기 예후 알려야 한다 불치병 사실과 말기 예후 알려야 한다  
본인이 환자일 때 가족이 환자일 때 본인이 환자일 때 가족이 환자일 때  
장기부전 99.0% 98.7 92.0% 88.5  
신경계 질환 98.5   92.5 86.8  
에이즈 98.4   91.5 87.1  
뇌경색 또는 파킨슨병 86.0   92.1 86.6  
치매 89.6   86.9 78.5  
환자에게 치료가 어렵다고 알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31.6%  

일반인들은 의사들과 비교해 말기 예후 공개를 원하는 비율이 낮았습니다. 특히 본인이 환자일 때보다 가족이 환자라면 알려야 한다는 비율은 더 감소해 약 10%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반인들은 ‘환자의 불안, 우울 등 심리적 부담(35.8%)’, ‘환자의 희망 상실(21.2%)’ 때문에 말기 예후를 알리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불치병을 환자에게 알려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일반인의 응답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건강톡톡, 2020년 12월 9일)
불치병을 환자에게 알려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일반인의 응답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건강톡톡, 2020년 12월 9일)

2.2 스페인 마드리드 병원 조사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한 병원에서 97명의 암환자 분들을 인터뷰하여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조사 결과 그중 66명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들은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중 57%에 달하는 38명은 자신의 병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중 절반이 넘는 54%에서 이미 자신이 암에 걸렸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중병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어서 각 환자군의 심리 상태, 치료에 대한 만족도 등을 심층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군에서 불안, 절망, 슬픔,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정도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모르는 환자군에 비해 더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자군이 가족 및 의료진과의 의사소통도 훨씬 원활하였으며 암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영향들을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이 나눌 수 있어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담당 의료진들과의 관계 형성도 더 잘할 수 있었고, 향후 치료 계획에 관한 이해도 역시 더 높았습니다. 

또한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에 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3. 치료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치료약물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을 소상하게 알려 줘야 환자가 덜 불안해합니다.
아래 상황에 따라 환자와 의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3.1 치료를 변경할 때

○변경하려는 치료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병의 완전한 제거
-진행 속도 완화
-통증 완화 등
○기존 개발된 치료를 받는 동안 새로운 치료법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지 
○시작하려고 하는 치료의 부작용 및 단점은 무엇인지와 부작용보다 기대효과가 더 큰 것인지

3.2 더 이상 좋은 치료 방법이 없을 때

○앞으로 어떠한 관리를 해야 하며 관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리를 위해 환자나 가족들이 준비해야 할 것을 무엇인지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이용하는 시점은 언제인지

4. 환자가 미리 알아서 좋은 점 - 웰다잉(well-dying)

4.1 남은 인생을 정리

○자신이 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들을 정신이 온전할 때 시간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좋았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과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삶에서 보다 보람 있는 일을 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4.2  환자의 자기 결정권

○증상이 갑자기 악회 되거나 정신 상태의 변화 때문에 자신의 치료 방법에 대해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갑자기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정신 상태가 온전할 때 환자가 자신의 치료 방법에 대해 대해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족과 의사에게 환자의 의사를 알리도록 하고 환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가족은 환자와 자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치료방식은 물론이고 먹을 음식, 입을 옷, 여행 여부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실행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무엇 때문에 기쁘고 슬프고 괴로운지 등을 충분히 공유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환자 스스로 치료 방법 등에 대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림출처 : 블로그, 암병원 의사들)
환자 스스로 치료 방법 등에 대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림출처 : 블로그, 암병원 의사들)

4.3 죽음에 대한 준비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앙을 가진 신자라면 자신의 죽음을 달리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정신이 혼미하기 전에 죽음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4.4 불필요한 치료를 줄임

불필요한 치료로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줄일 수 있고 치료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5. 환자에게 알릴 때 주의할 점

5.1 주의할 점

○환자의 감정 변화를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42%는 참담함을, 38%는 우울함을, 28%는 좌절감을 경험합니다.
이때 환자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해줘야 합니다.

○치료가 무의미하더라도 희망과 기대를 꺾어서는 안 되지만, 헛된 기대를 심어줘서도 안 됩니다.

치료를 받아서 오래 살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겪는 좌절감이 더 큽니다.
환자가 진실을 받아들이도록 돕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함께 계획을 세워나가는 게 도움이 됩니다.

○환자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심신이 절대적으로 지쳐있을 때라면, 그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환자들, 병이 호전된 환자들을 만나게 해 주면 좋습니다.

같은 암을 앓고 있거나, 항암제를 맞아 머리가 빠져 있는 환자, 회복 중에 있는 환자들을 만나면 마음의 안정을 얻기 쉽습니다. 

○가까운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섣부른 위로의 말을 하는 것보다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하게 대하며 곁에서 긍정적인 말로 격려하고, 그 사람이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현이 괴로워할 때 곁에 묵묵히 있어 주던 송강호와 같은 존재가 더 낫지 않을까요?

5.2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 (출처 : 헬스조선)

가족이 환자에게 진실을 알리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여섯 가지의 순서를 따르면 된다. 환자에게 충격을 덜 주면서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방법이다.

①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얘기하는 게 좋다. 집, 교회, 평소에 즐겨 찾던 카페 등이다. 시끄러운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

②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얼마나 아는지 확인

환자는 ‘오늘내일 중으로 죽는다’ 거나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부정확한 추측을 할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게 좋다.

③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물어보기

최근에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 최근에 시행한 검사 결과 등 환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물어보자. 진실을 말하기 위한 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④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 사용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유감이다”라거나 “여러 검사 결과에서 말해주듯” 등의 말로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환자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예후를 설명하며 얘기하면 훨씬 수월하다.

⑤의연하게 반응하기

환자가 당황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을 해주며 공감해줘야 한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거나 불안해하면 주치의나 간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⑥질문에 성의껏 답해주기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이 생기면 주치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에게 문의해 답해주는 게 좋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서 환자가 빨리 상황에 적응하고 여생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5.3  간병인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 오랜 시간 동안 환자를 간병하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환자를 돌보면서 지치는 몸과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간병을 하다가 힘이 든다고 느껴질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하루쯤 쉬고 싶다’ 거나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환자에게 풀게 되고 이는 환자의 감정까지 부정적으로 만든다.

-집에서 지낸다면: 친지나 다른 형제들에게 간병을 잠시 부탁해 보자. 살고 있는 지역의 ‘지역사회복지관’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병원에서 지낸다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의 담당 사회복지사나 간호사에게 무료 간병인 연계를 요청할 수 있다.

5.4 말기 암 환자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

호스피스완화의료 홈페이지 hospice.cancer.go.kr
국가암정보센터 1577-8899 www.cancer.go.kr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 www.mohw.go.kr

6. 내가 불치병 환자가 된다면

가족들이 자신에게 자신의 병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지 않는다고 느껴지거나 자신의 질병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을 때는 의사에게 직접 문의를 하면 알려 줄 겁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가족들에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으므로 가족들이 환자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병의 상태에 대해 알려야 하는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 문의를 한다면 사실대로 말해 줄 것입니다.

가족들이 자신에게 불치병이라는 사실을 환자를 위해 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의사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듣고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참고자료

1. 말기암환자에게 자신의 병 상태를 알리는 것이 죽음의 질을 높이고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 (서울대학교병원 뉴스, 2013년 7월 25일)
2. 서울대병원 - 암 아닌 중증질환도 ‘말기 예후’ 미리 알려야 할까?(서울대학교병원 건강 톡톡, 2020년 12월 9일)
3. 병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할까요?(블로그, 암병원 의사들)
4. 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준비’ (헬스조선, 2017년 4월 8일)
5. 암 환자가 암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좋을까, 모르는 것이 좋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