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꽃나무는 일 년에 한 번 꽃을 피우지만, 일 년 내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 반면,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고는 죽는 식물도 있습니다. 이들은 주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열심히 살뿐이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면 신기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어떤 식물들이 단 한 번의 꽃을 피우는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런 꽃을 보는 행운이 우리에게는 행복입니다.
1.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 식물
식물 중에서 일생 동안 한 번만 꽃을 피운 후 씨를 남기고 죽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 후손을 남기고는 죽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그들에게는 없지만 주어진 삶을 잘 마무리하고는 떠납니다.
자연의 섭리라는 대법칙 아래에서 순종하며 사라집니다.
비석을 남기거나 노래나 글, 그림을 남기지 않습니다.
이 꽃들은 연꽃이나 국화꽃이나 장미처럼 화려하거나 멋있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자신이 피울 수 있는 꽃을 모든 힘을 다해 피우고는 사라집니다.
그들에게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너보다 내가 더 돋보여야 한다는 경쟁심도, 내가 왜 저기 있지 않고 여기에 있느냐는 욕심도 없습니다.
홍수가 나면 나는 대로 튼튼한 뿌리로 지탱하고, 지독한 가뭄이 오면 가지를 하나씩 말려 살아남아 있다가 그저 허락된 대로 암술과 수술을 내고 피어 있다가 씨를 맺고 비바람이 불면 말라서 사라질 뿐입니다.
자살로써 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2편의 시를 먼저 보겠습니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는 국화꽃을 바라보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를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하며 한 인격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비통과 불안과 모든 시련을 겪는 것을 노래했습니다만 일생에 단 한 번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는 죽는 식물을 보면 서정주의 시가 너무 초라합니다.
연꽃
오세영
불이 물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달아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연꽃이 진흙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을 불이 물속에서도 타오르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만 그러한 연꽃조차도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식물과 비교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단 한 번의 꽃이라는 의미 때문에 우리 인간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주님께서 창조하셨으며 그 하나하나가 모두 가치가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1 정선 바위솔 (와송)
처음 발견된 곳이 정선이라서 정선바위솔이라고 불립니다.
강원도 현지에서는 강원도 와송 또는 바위초라고 부릅니다.
바위틈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우지만 꽃대를 올리는 시기에 개미들이 떼로 달라붙어 꽃대와 잎을 갉아먹기 때문에 꽃대를 올리는 시기에 많이 죽습니다.
요즈음은 야생에서 씨를 받아 싹을 틔운 후에 집에서 키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집에서 키우더라도 혹독한 겨울을 나야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겨울에는 밖에 두셔야 합니다.
잎은 음지에서는 회녹색, 양지에서는 엷은 분홍색을 띱니다.
정선 바위솔은 다년생이어서 10년도 살고 20년도 살아야 하는데 보통 2년이나 3년이면 다 죽습니다.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 후손을 남기게 되면 자신은 죽습니다.
그래서 다년생인데도 불구하고 한 해에 꽃을 피우면 1년생도 있고, 2년째에 꽃을 피우는 2년생, 3년째에 꽃을 피우는 3년생.... 이렇게 삶을 끝내는 것입니다.
주변 환경이 자신이 더 살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가을에 꽃을 피운 후 씨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1.2 황변만년란(黃邊萬年蘭)
이 식물은 일평생 단 한 번 6~7m에 이르는 기다란 꽃줄기를 올려 개화(開花)하고 열매를 맺은 뒤 서서히 생을 마감하는 일회 결실성(結實性) 식물입니다.
이 식물이 성숙해 꽃이 피고 죽기까지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유명한 해밀턴 왕립식물원에서도 30년 만에 꽃이 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2007년 제도도 여미지 식물원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황변만년란은 다른 식물과는 완전히 죽기 전에 가지에 달린 열매에서 새싹을 틔우는 게 특이합니다. 어미 나무는 죽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아기 나무가 탄생합니다. 한 나무가 ‘죽음과 삶’을 동시에 연출합니다.
황변만년란은 용설란과에 속합니다.
잎은 긴타원형으로 기부는 좁고 중간은 약간 넓으며 끝은 뾰족합니다.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붙어 있습니다.
잎은 선명한 녹색에 양쪽 가장자리에 노란 무늬가 있습니다.
긴 꽃대가 나와 가지 끝에 수많은 꽃이 핀 후 새로운 식물체가 생기는데 이 마늘 같은 주아를 심으면 뿌리가 내립니다.
1.3 대나무꽃
대나무는 이름에 '나무'라는 단어가 들어가 나무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는 볏과의 풀입니다. 일생에 한 번 피우는 꽃도 벼꽃과 비슷합니다.
대나무는 땅속줄기에서 죽순을 내고 수일 사이에 10∼20m로 성장하나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영양분을 뿌리로 보내 번식을 합니다.
대나무 중에는 지름이 20cm까지 크는 맹종죽이 있는데 죽순을 먹을 수 있고 하루에 1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대나무는 수십 년 동안 말라죽지 않는 풀이지만 30년, 60년, 100년, 12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나면 생을 마감합니다. 대나무는 숲 전체가 같이 죽습니다. 모두 같이 꽃을 피우고는 한꺼번에 서서히 말라죽습니다.
대나무 한 그루의 수명은 약 20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는 대나무가 대부분입니다. 대나무가 꽃을 피울 그 시기에 살아 있는 대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운 후에는 다 같이 죽는 것입니다.
제주지역 한 식물학자는 “대나무가 한 곳에서 오래 번식하면 땅속 영양분이 고갈되는 순간이 오는데 더 이상 죽순으로 번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을 알고 씨앗으로 번식하기 위해 마지막 꽃을 피우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동아일보 2020.5.7)
암술과 수술이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므로 이런 사진의 실물을 잘 보기 힘듭니다. 대나무꽃이 피었었구나라고 인지만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나무꽃
신 덕 재
얼마나 괴로웠으면
스스로 죽어 가며
꽃을 피우나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120년 만에
스스로 죽어가며
꽃을 피울까?
죽어가면서도 사람을 살리는
죽미(竹米)를 주고 가는구나
주고 간 죽미(竹米)는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구나
고마운 대나무
자신을 불사르는 대나무꽃
1.4 용설란
잎이 용의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설란이라고 합니다.
10년 이상 자라면 10m 정도의 꽃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웁니다. 꽃이 핀 다음에는 작은 싹이 생기고는 원줄기는 죽습니다.
10여 년 동안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100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과장되어 세기식물(century plant)라고도 합니다.
용설란의 수명은 20~6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나와 식물의 타이밍이 맞는 행운이 행복
휴대폰의 사진기나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이 워낙 좋아 사진을 찍어두면 평생 가지만 꽃이 피었거나 피는 현장을 직접 보려면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바람에 흔들리는 실물 꽃을 보는 것은 다른 감흥이 납니다.
잘 녹음된 노래를 듣는 것과 실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대개 꽃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면 저녁이면 시들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한 번 핀 꽃봉오리는 열흘을 넘기기가 힘듭니다. 난 종류는 그래도 비교적 오랫동안 꽃을 피우기는 합니다.
해마다 날씨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작년에 피었던 시기를 기억해 찾아가면 벌써 다 피었다가 지었거나 아직 피지도 않은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1년마다 피는 꽃도 그 시기를 맞추기가 힘든데 몇십 년 만에 피는 꽃이라면 그 절정이나 절정 바로 전에 찾아가 그 꽃을 보는 것은 웬만한 정성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행운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귀한 꽃을 보기는 힘듭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사라지는 빨갛고 파란 나팔꽃은 그의 일생을 다하고 사라지지만 사람들은 또다시 피는 다른 꽃 때문에 이제 사라지는 나팔꽃을 기억하지 못하고 귀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사라지는 그 나팔꽃도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웠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꽃의 입장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싶으나 장맛비에 꽃망울이 물러져 버리는 수도 있고, 꽃봉오리는 만들었으나 가물어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 버릴 수도 있으며, 개미들이 달라붙어 꽃봉오리나 꽃대를 갉아먹어버리도 하고, 짐승이 지나가다가 밟아 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못된 인간들이 꽃나무를 파서는 자기 집에 심어 두어 환경이 맞지 않아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이 어느 길가에서 예쁘게 핀 작은 한 송이 들꽃을 본다면,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연분홍 상사화를 만난다면,
온 들을 메운 자운영의 그 고운 빛깔을 본다면,
그 탐스러운 모란이 노오란 암술과 수술을 드러내고 햇빛 아래 찬란히 피어 있는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금낭화의 예쁜 분홍색 하트 꽃이 아래로 수줍게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과 그 꽃을 피운 식물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은 결과입니다.
당신은 귀한 행운을 만난 것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를 정확히 알고 그 시기에 원하는 꽃을 보러가는 것은 그러한 행운을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운에 감사할 때 우리의 삶이 행복해집니다.
이제 막 피어난 한 꽃을 보고는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아는 당신은 다른 삶에서도 행복하실 것입니다.
◈4월과 5월에 가 보실 수 있는 꽃 축제(유채꽃과 철쭉, 그리고 고궁 방문)에 대해서는 아래글을 참고하십시오.
▶2023년 4월과 5월 지역별 축제 소식-익산/창녕/고창/대전/영월/서울/산청/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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