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을 기다린 복수, 리멤버 ★★★★(웨이브, 티빙, 애플TV, 네이버시리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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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및 영화 감상

60여 년을 기다린 복수, 리멤버 ★★★★(웨이브, 티빙, 애플TV, 네이버시리즈온)

by 숲의새 2022. 12. 2.

80대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가 60여 년을 기다려 온 복수를 시작합니다. 왜 그는 복수를 하려 할까요? 그가 누구에게 복수를 하려 하는지 따라가 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생각도 분석해 봅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복수를 끝내야 한다. 기억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 한필주는 손가락에 죽여야 할 사람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복수를 끝내야 한다. 기억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 한필주는 손가락에 죽여야 할 사람의 이름 4개를 새겼습니다.

1. 촬영과 개봉

촬영은 2020년 2월부터 6월까지 해서 마쳤으나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늦추어 2022년 10월 26일 하게 되었습니다.

2. 원작과 제작 동기

‘리멤버’는 2015년 제작한 캐나다·독일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감독 아톰 에고이안)가 원작입니다.

2015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의 영화 '리멤버:기억의 살인자'(감독 아톰 에고이안)를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원작 리멤버는 홀로 코스터를 겪은 유태인 할아버지가 독일 장교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이며 살인행위는 없습니다.

원작인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포스터
원작인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포스터

감독이 우연히 원작 영화를 보고 제작사인 월광에 이야기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거의 각본을 다시 쓰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원작에는 한 인물이 죽 끌고 갔으나 이번 리멤버에는 원작에 없는 인규를 넣어 인규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이 되도록 했습니다.

원작의 홀로코스트 설정을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에 대입했고, '친일파 청산'이라는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않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3. 스토리

3.1  일제시대에 일어난 일에 대한 복수

“내 이름은 한필주 (이성민).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습니다” 복수를 시작하기 전 한필주가 기록하는 동영상의 첫마디입니다.

토조 히사시를 죽이기 위해 기념식장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사제 폭탄을 터뜨리는 한필주
토조 히사시를 죽이기 위해 기념식장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사제 폭탄을 터뜨리는 한필주

자신이 왜 복수에 나서는지 담담하게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60여 년을 기다리고 계획했던 복수의 시작을 알립니다.
60여 년을 미뤄왔던 복수를 나서는 그는 뇌종양 말기에 알츠하이머 환자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일주일, 그는 평생 동안 기억해 왔던 자신의 부모와 형, 누이까지 온 가족을 죽인 일제강점기 때의 원수들을 향한 복수에 나섭니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질까봐 죽여야할 원수들의 이름을 손가락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양주 일대의 지주였으나, 좌익으로 몰려 고문을 받다 이후 그의 소작농에게 맞아 죽었으며, 어머니는 남편이 죽은 이후 광인이 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누이는 노동이라는 말에 속아 종군 위안부에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그의 형님도 친구의 말에 속아 강제징용을 당해 지하 탄광에서 노동을 하다 탄광 붕괴 사고로 사망하여,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시체를 찾지 못했습니다.

3.2  한필주가 제거하려 하는 대상 5명 (주요 출처 : 나무 위키)

① 김치덕 역 - 박근형 노년기, 남민우 청년기

일본명은 가네야마 신이치. 예비역 대장이자 전직 육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본군 위관장교 등으로 복무한 전력으로 인해 친일파라 비판받고, 6.25 전쟁 당시에는 야전군사령관으로 활약하여 대한민국의 전쟁 영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한필주가 죽여야 할 최종 보스입니다.

한필주는 김치덕이 일제 강점기 때 저지른 악행을 자신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게 합니다.
김치덕이 "나는 친일파다. 너도 그 시대에 살아남았어. 그 건 너도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항변합니다.

한필주는 "저 아이 (김치덕의 손녀)가 잘못된 세상을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라고 하고는 김치덕을 죽입니다.

한필주가 "...죽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라고 하면서 김치덕을 처단합니다.
한필주가 "...죽음으로 사죄해야 한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라고 하면서 김치덕을 처단합니다.

② 정백진 역 - 송영창

성신 그룹 회장이자 성신병원 이사장. 본래는 양주의 지주였던 필주의 아버지 한용식 밑에서 소작농을 하는 신세였으나, 순사들에게 용식을 좌익이라고 허위 신고하여 고문 후유증으로 죽게 하고 용식의 땅을 빼앗아 재산을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재산을 밑천으로 해방 후에 사업을 확장하여 대기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백진을 병원에서 죽이는 한필주
정백진을 병원에서 죽이는 한필주

③ 양성익 역 - 문창길 노년기, 이우성 청년기

대학 교수로 일본명은 야나가와 유스케. '반일 민족주의 선동의 역사'라는 뉴라이트 성향 서적을 출간하고 일본과의 과거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등의 강의를 하고 다닌다. 과거 필주의 형 한동주와 죽마고우였으나, 동주를 속여 강제징용으로 끌려가게 만들었고 동주는 지하 탄광 붕괴 사고로 사망한 것도 모자라 시신도 못 건지게 되었다.

양성익을 죽이는 한필주
양성익을 죽이는 한필주

④ 토조 히사시 역 - 박병호 노년기, 김우진 청년기

전직 일본 자위대 헌병대장이자 타츠이 그룹 상임고문으로 최종 계급은 막료장. 멸망한 지 80년 가까이 된 일본 제국을 마치 실존하듯이 말하거나, 자신을 대일본제국의 심장부라고 말하는 등의 매우 극우적인 모습을 보인다.

토조 히사시를 위협하는 한필주
토조 히사시를 위협하는 한필주

⑤ 그리고 모든 일을 방관한 또 한 사람

누구인지는 영화로 확인하십시오.

3.3  한필주 자살 시도

자기가 죽이고자 하는 복수의 대상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필주에게 인규가 말합니다.

죽이려고 한 모든 원수들을 죽인 후 자신도 죽으려는 한필주를 인규가 설득하고 있습니다.
죽이려고 한 모든 원수들을 죽인 후 자신도 죽으려는 한필주를 인규가 설득하고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요. 어르신이 이렇게 하신 이유잖아요. 지금 죽으면 절대 안 돼요.... 지금까지 하신 일이 아무 의미가 없어져요.... 인간은 누구나 죽어요. 제발 세상 혼자 특별한 것처럼 행동하지 마시라고요. 벌을 받아야 한다면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으세요. 죽음을 이용해 비겁하게 도망치지 마시고. 그게 옳은 일입니다."

이 말을 듣고는 한필주는 권총을 내려놓고 순순히 잡힙니다.

한필주는 총을 내려놓고 태극기가 클로즈업됩니다.
한필주는 총을 내려놓고 태극기가 클로즈업됩니다.

그 후에 감옥에 갇힌 한필주는 이미 기억을 잃은 모습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옅은 미소만 남긴 채.

각색을 한 감독은 한필주가 자살하지 않고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으려고 시도하게 함으로써 그가 한 살인행위에 대해 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겪지 않은 인규는 현시대의 보통사람을 상징하는 인물로 봐야 하는데 그의 입을 빌려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으세요."라고 말하게 하여 한필주의 행동에 대해 또 다른 평가를 해야 함을 의도하였다고 봅니다.

감독은 어떤 결말로 끝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재판의 결과는 보이지 않고 영화가 끝나지만 저는 감독이 납득할 수 있게 좋은 결말로 끝냈다고 생각합니다.

친일파 청산을 민족과 국가 전체의 문제로 던질 수 없는 현실이어서 개인의 복수로 영화는 끝나지만 해방 직후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도입하여 정치제도의 바른 방향을 제시했고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문맹을 퇴치했으며 토지개혁을 625전에 마무리한 것, 등 좋은 정책을 펼쳤지만 그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법까지 만들어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무산시킨 것과 사람을 잘못 쓴 것입니다.

법률 제3호 반민족행위처벌법 공포문 (출처 : 나무 위키)
법률 제3호 반민족행위처벌법 공포문 (출처 : 나무 위키)

당시 검찰이 친일파를 모두 청산했듯이 경찰, 군에서도 친일파를 청산했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재벌과 문화계 쪽 청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4. 분장

80대 노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80대 노인으로 캐스팅하려는 생각도 했으나 격투 장면 등이 있어서 장년층 배우인 이성민을 캐스팅하고 분장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한필주, 얼굴의 검버섯, 피부 질감 표현이 좋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한필주, 얼굴의 검버섯, 피부 질감 표현이 좋습니다.
인규의 설득으로 총을 내려놓은 후 클로즈업된 손의 질감이 80대 노인의 손처럼 뛰어납니다.
인규의 설득으로 총을 내려놓은 후 클로즈업된 손의 질감이 80대 노인의 손처럼 뛰어납니다. 손가락에는 4개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이제 막 죽인 가네야마 신이치 (김치덕)의 이름 외 3개에는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피부의 질감, 검버섯 등을 잘 살려 분장했습니다. 특히 인규가 설득한 후 총을 내려놓은 후 클로즈 업되는 손의 질감은 뛰어납니다.

크랭크인 전 수차례 얼굴 틀을 뜨고 테스트 작업을 거치면서 실감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또한 실리콘을 덧입히고 그 위에 주름을 분장하고 일반 분장을 한 다음, 검버섯과 피부의 디테일을 잡아가는 식으로 처음에는 네 시간 걸리던 분장이 나중에는 하루 두 시간 반으로 압축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늘 다른 배우보다 세 시간 일찍 현장에 도착해서 탈색한 머리에 흰색 착색을 하고 분장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주름과 검버섯으로 표현된 피부와 처단 대상들의 이름이 문신된 필주의 손이 가장 공들인 부분입니다.  또한 표정과 손이 클로즈업될 때의 실감을 위해 특수분장 팀은 혈관을 도드라지게 하고, 움직임에 따른 주름을 추가했습니다.

5. 빨간 포르셰

이일형 감독은 극 중에서 필주가 복수를 감행하는 1주일 동안 인규와 함께 탄 빨간 포르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누구며 왜 여기에 있지?
나는 누구며 왜 여기에 있지?

“복수라는 감정은 격하고 강한 감정인데 필주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그 인물이 빠른 스포츠카에 타면서 관객도 복수의 감정을 스피디하게 따라갈 수 있는 장치로 영화에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생의 마지막에 있는 인물이고 복수를 꿈꾸지만 그에게 남은 로망의 상징이기도 한 포르셰는 난생처음 드림카를 운전하게 된 20대 인규의 감격으로 이어져 두 캐릭터의 매력을 더했다."

빠른 복수를 하는 장치로 등장한 빨간 포르셰
빠른 복수를 하는 장치로 등장한 빨간 포르셰

6. 감독의 용기

감독은 개인의 복수이기는 하나  '친일파 청산'이라는 누구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화두를 이 영화를 통해 던졌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행하지 못했던 친일파 청산이라는 거창한 담론을 제기하기보다는 친일 시대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로 축소하면서도  '친일파 청산 실패라는 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점은 이해할만합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었던 해방 직후에 이루어져야 했을 일이고 지금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친일파 청산 문제를 반드시 해야 할 일로 꺼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현실을 인정하지만 해내지 못한 역사에서의 미완성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현한 용기는 좋습니다.

모든 문화콘텐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조국의 역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표현은 역사성보편성을 지녀야 하고 개연성이 있어야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든 진심은 밝히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특별하게 메시지를 강요하려고 하지 않았다. 편하게 즐겁게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그러나, 그는  이미  누구도 건드리길 어려워하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7. 저의 평가

이런 역사성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작가와 작가 지망생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저의 평가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