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헬드강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여한 세 젊은 이가 어떻게 역사의 현장을 겪는지와 전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차분하게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영화 1917보다 낫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최초의 네델란드 영화이며 21년 10월 15일 개봉됐습니다.
제작비는 네델란드 영화펀드에서 조달했고, 벨기에 연방 정부 감세처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았다고 하며, 리투아니아로부터 감세 혜택을 받았다고 하는 걸로 봐서 영화 제작에 여러 나라가 참여한 걸로 보입니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 (inspired by true events)라고 합니다.
영화의 내용 전체가 실화는 아니지만 일부 실화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고 판단됩니다.
1. 더 포가튼 배틀, 제목의 뜻 (The Forgotten Battle)
The Forgotten Battle이란 잊혀진 전투란 뜻인데 앞에 the가 붙었으므로 어느 특정한 전투를 의미합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유럽을 탈환하기 위해 안트베르프 항구(유럽의 3大 항만)를 확보하기 위해 2차 대전 말기에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스헬더강 전투 (영화에서는 셸드강으로 번역)를 뜻합니다.
영어 제목은 The Forgotten Battle이지만 네덜란드어 원제목은 De Slag om de Schelde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Battle of the Scheldt입니다.
2. 당시의 2차 대전 상황과 스헬더강 전투의 의미
(1) 보급의 애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1944년 6월 6일) 후 연합군은 유럽의 많은 육지를 탈환했지만 해변 지역, 특히 주요한 항구들은 독일군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 내륙으로 진격한 아군에게 물자를 보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노르망디에서부터의 보급로가 너무 길어져 석유를 수송하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차량과 탱크를 움직일 수가 없어 진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2) 마켓 가든 작전 (1944년 9월 17일-9월 25일)
1944년 9월 17일부터 연합군은 대규모 공수부대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네이메헌, 아른험에 투입했으나 실패하게 됩니다.
마켓가든 작전은 1977년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라는 이름으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3) 스헬더강 전투의 의미 (1944년 10월 2일-11월 8일)
1944년 9월 4일 영국 30군단이 벨기에의 앤트워프(안트베르프 Antwerpen)를 점령했지만 이 항구가 제구실을 하려면 스헬더강 하구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구 소탕작전을 수행한 군이 캐나다군이었습니다.
캐나다군이 시행한 소탕작전이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이 전투를 통해 1944년 11월 안트베르프(앤트워프)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1945년 5월 5일 네덜란드는 자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영국군이 앤트워프항을 점령한 다음 날인 1944년 9월 5일부터 시작됩니다.
참고로, 1944년 9월 5일 미친 화요일(Dolle Dinsdag=Mad Tuesday)로 불리는 날입니다.
9월 4일 연합군이 앤트워프를 함락한 것을 알게 된 브레다의 한 방송국이 연합군이 이미 네덜란드 영내에 진입했을 것으로 여기고 도시가 해방됐다는 방송을 하면서 지하신문들이 브레다 함락이라고 알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연합군을 맞이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부역자들과 점령군들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도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는 10월 29일에서야 폴란드 제1기갑사단이 브레다에 들어왔습니다.
3. 전쟁과 전투의 차이
전쟁(war)과 전투(battle)는 다릅니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 간에 무력을 동원하여 싸우는 것을 말하며 전투란 전쟁을 구성하는 하나의 싸움을 뜻합니다.
전투는 어느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군대와 군대 간의 싸움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4. 스토리
이 영화에는 3명의 젊은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네덜란드 의학박사인 의사인 아버지 (독일 부상자를 치료)의 딸로 앤트워프 시청에서 일하는 여자 주인공 퇸티어,
네덜란드인이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독일군에 입대하여 러시아에서 전투 중, 해군 돌격대에서 부상을 당하고 치료 후 네델란드 앤트워프 독일 점령군 사령관 대령의 행정병으로 근무하는 판스타베런,
그는 레지스탕스가 처형된다는 걸 퇸에게 알려 주다가 들켜 전장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장군이라 전투 현장에 안 갈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전투하러 가는 영국군 글라이더 조종사 윌리엄입니다.
이 세 명의 젊은 이가 운명적으로 the forgotten battle인 스헬더강 전투에서 만나게 됩니다.
스스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세 명의 젊은 이들이 잊힌 전투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것을 보여 줍니다.
각자는 모두 어려웠던 전쟁 말기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그들 주변의 인간들도 모두 시대의 어려움과 슬픔을 견뎌내며 역사의 흐름 속에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남게 됩니다.
5. 전쟁
전쟁은 항상 잔인하고 슬픕니다.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고 더 많이 죽여야 내가 살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사람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적군을 죽이기 위해 많은 사람을 명령이라는 강제력으로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정치꾼들은 국민들의 증오심을 조장하여 적군을 공격하여 죽이자고 선동할 겁니다.
정치꾼들만이 아닙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종교인들조차 종교재판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종교의 이름으로 다른 종교인을 죽인 십자군 전쟁을 벌였으며, 과격한 무슬림들은 지금도 지하드(성전)라는 이름으로 죄책감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전쟁의 잔인함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죽음과 직면하게 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무리한 공격으로 인한 수천 명 군인들의 죽음,
레지스탕스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후 처형되는 여 주인공 퇸의 남동생 17세 뒤르크,
연합군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하러 가다가 총에 맞아 죽는 여인,
독일군 지역으로 침투하러 가다가 비행기 안에서 포탄을 맞아 죽은 군인들,
남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총에 맞아 죽는 독일 병사, 등등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은 것일까요?
그리고, 전쟁은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우리가 사는 마을과 집들을 부숴 살 수 없게도 합니다.
6. 저의 평가
네덜란드에서 만든 영화이며 잊혀진 전투에는 영국군과 캐나다군, 그리고 네델란드 레지스탕스와 독일군만 등장하며 미국은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이 등장하지 않는 2차 대전 영화라 특이하게 봤습니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의 삶이 어떤 계기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나온 <1917>보다 더 나은 영화로 평가합니다.
전쟁 속에 던져진 세 젊은 이와 그 주변 인물들이 어떤 고난을 겪게 되는 지를 차분하게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자연 앞에서도 인간은 참 나약하지만, 전쟁이라는 역사 속에서도 한 인간은 참으로 나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발발해서는 안 됩니다.
독일군 네덜란드 청년 (판스타베런)이 퇸을 구하고 죽어 가면서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 장면이 잊히질 않습니다.
두 다리가 절단된 시니컬한 독일군 중위가 자살을 하는데 그전에 판스타베런에게 "거짓말을 크게 벌이고 수시로 입 밖에 내면 사람들이 믿기 시작한다.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라고 한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의 평가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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