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영웅 밀라다 호라코바는 그 녀의 신념을 목숨으로 지켜내는 용기를 보여 줍니다. 사상의 자유와 양심을 주장한 그 녀의 삶을 돌아봅니다.
1. 체코슬로바키아 역사
이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1918년 군주제를 폐하고 공화국이 되었음.
-1939년 나치 독일이 침공
-1945년 소련군에 의해 해방
-1946년 총선거에서 공산당이 제1당이 됨, 연립내각 조직
-1948년 2월 스탈린의 지시에 의한 무혈 쿠데타로 공산당이 정권 잡음-영화에도 잠깐 나옵니다. (1948년-1990년까지 사회주의 공화국 존재)
-1968년 집권한 개혁파 세력이 정치개혁과 자유화를 시도했으나 소련 등 바르샤바조약기구 5개국이 8월 21일 침략하여 무산 (프라하의 봄)
-1969년 1월 체코와 슬로바키아 연방제 수립
-1989 11월 시민혁명(벨벳 민주화 혁명)을 통해 공산정권은 붕괴되고 민주화됨, 슬로바키아에게 완전 자치 허용
-1993년 1월 1일 투표에 의해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분리 독립
2.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
1930년부터2차 대전을 거쳐 주인공이 사형당한 1950년, 그리고 벨벳 혁명 후 주인공의 딸이 프라하를 방문한 1990년까지입니다.
1946년부터는 공산당이 총선거에서 제1당이 되었고, 1948년부터는 공산당이 무혈 쿠데타로 단독 내각을 구성하고 공포정치를 펼치던 시대입니다.
3. 주인공 밀라다 호라코바 (영화의 제목은 "당신이 들려준 자유'이며 영어 제목은 MILADA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옵니다.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밀라다 호라코바는 남녀 동일 임금, 자녀 양육비 등 많은 대의와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도록 싸웠으며 그런 헌신적인 업적으로 당대의 위대한 인물로 손꼽혔다."
그리고 벨벳 혁명 때 모인 80만 시민들의 모습과 함성이 나오며 그 녀가 가족과 딸에게 남긴 유서 봉투가 등장합니다.
영화를 본 저는 영화의 자막에서 말한 그 녀의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 녀의 신념(=사상+의지)을 죽음으로 지켜낸 그 녀의 용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녀는 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참여하지만 공산당을 나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여 반대하면서 탄압을 받습니다.
4. 그 녀가 남긴 편지 (사형되기 전 쓴 편지입니다.)
체코 법무부 장관이 밀라다가 1950년 사형되기 전에 남긴 편지를 미국에 살고 있으며 노인이 된 그 녀의 딸, 야나에게 1990년에 전합니다. (40년 후입니다.)
".... 넌 운명이 남긴 가장 위대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그 녀 편지의 다른 부분을 야나가 읽습니다.
너무도 멋진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야나, 신은 내 모든 것을 너에게 줄 수 없도록 내 삶을 계획하셨단다.
하지만 내 소명은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모든 아이가 잘 살도록 돕는 길이니까.
사랑하는 내 딸아, 그러니 나중에 날 용서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양손으로 삶을 꽉 잡고 충만한 인생을 살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네가 행복하기를 기도 하마.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란다.
(중략)
사람은 세상에서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야.
그래서 황홀한 행복도 느끼지만 엄청난 책임도 따라온단다.
우리의 의무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타인의 욕구와 목표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지.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렴.
소유하지 못한 물질 때문에 불행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어떤 것이 공정하다고 느끼면 그것을 위해 싸우고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하렴.
날 불쌍하게 여기지 말아라.
난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내 형벌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내 양심은 거리낄 것이 없고 신의 법정에서도 시험을 통과할 거라고 믿고 그렇게 되길 기도한다.
초원의 들판, 그리고 숲에 가 보렴.
그 곳에서 활짝 피는 꽃들의 향기 속에서 내 일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름답고 단호한 유서 편지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예쁜 딸과 남편, 여동생과 아버지를 두고 떠나야 하는 그 녀가 너무 가여웠습니다.
5. 불굴의 의지를 지닌 여인
5.1 나치에 의해서도 5년 감옥살이를 했지만 공산당 정권에 의해서도 체포되어 고문을 당합니다.
선거에 의해 수립된 공산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며 고문을 당하고 결국은 서류에 서명을 하고 녹음을 하지만 재판에서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고 양심에 따랐다고 항변합니다.
불법적인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죄를 인정합니다.
결국, 사형언도를 받습니다. 법정에 청원을 하면 종신형으로 감형해 준다고 하지만 "잘못한 것이 없다."며 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교수형을 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하기도 합니다.
사형 집행 전 목사를 만나,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행동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난 늘 옳다고 믿는 일을 했습니다." 침묵 후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 녀는 사형장에서 사형 직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난 실패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져서 명예롭게 떠납니다. 난 조국을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합니다. 증오심 없이 떠나겠습니다."
마치 안중근 의사의 당당한 말을 듣는 듯했습니다.
그 녀의 꿋꿋한 삶과 그 녀의 선택에 경의를 표합니다.
5.2 그렇게 강한 그 녀가 남편에게 울면서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난 좋은 아내였던 적이 없어요.
연인에 더 가까웠죠. 절대 좋은 아내가 아니었어요.
당신의 선의를 저버리는 죄를 짓기도 했고요.
당신에게 신경을 못 썼어요.
늘 당신은 내 곁에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요.
날 용서해 줄 거예요?"
6. 약소국의 설움
6.1 1948년 2월 공산당이 소련 스탈린의 지시를 받고 무혈 쿠데타에 성공하여 독립 내각을 구성합니다.
영화에는 그 후 소련이 체코의 외무부 장관을 살해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1945년 소련이 체코를 독일로부터 해방한 이후부터 줄곧 소련은 체코 정치에 개입했을 것이며, 1948년 이후 더 심했을 것입니다.
6.2 강대국의 간섭을 받는 약소국 국민으로서의 밀라다는 그 여파로 사형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라다는 자신의 신념과 힘없는 약소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희생된 위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사르트르, 루즈벨트, 윈스턴 처칠 등이 사형집행을 하지 말라며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게 청원을 했음에도 1950년 6월 27일 사형은 집행되었습니다.
6.3 어느 국가이든 자신을 지킬 힘이 없으면 침략당하고 억압받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꾸고 가져야 합니다.
7.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에게
영화가 끝나면서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20억 명 이상이 독재정권 아래에서 살고 있다.
자유를 얻고자 싸우는 그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진실이 승리할 것이다」
8. 체코의 종교개혁과 얀 후스
8.1 얀 후스
얀 후스(Jan Hus 1372?-1415년7월 6일)는 로마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를(면제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난) 비판(아래 주*참조)하다가 1411년 파문당했고 콘스탄츠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1415년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는 프라하대학 신학부의 교수와 총장까지 지냈던 인물입니다.
그가 화형 당한 후 마틴 루터 등의 종교개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가 죽은 지 약 100년 후인 1517년10월 31일 종교개혁이 시작됐습니다.
(주*: 얀 후스는 "면죄부를 파는 교황은 가롯 유다와 같다."라고 비판했으며 당시 가톨릭 교회의 미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라틴어로 진행된 것과 달리 그는 거리에 나아가 체코어로 설교를 했습니다. 아울러 체코어로 성서 번역도 했습니다.
종교재판소에서 “입장을 번복하면 파문을 면하고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마지막 제안을 받았지만 후스는 거절했습니다. 그는 “내 입장을 번복하면 신 앞에서 죄가 될 것”이라며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 영화에서의 밀라다의 행동과 같습니다.)
8.2 체코의 종교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었으나 15세기 얀 후스에 의한 체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서 밀라 다도 유대인이면서 개신교도라고 말합니다.
8.3 얀 후스의 동상과 얀 후스가 체코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
유럽 종교개혁의 씨를 뿌린 얀 후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사람으로 체코에서 존경되고 있음을 볼 때 체코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밀라다도 이런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상이 형성되고 신념을 지키려는 용기를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9. 참고
9.1 체코와 미국이 합작하여 2017년 제작한 영화입니다.
9.2 밀라다는 체코에서 가장 위대한 위인 50인 중에 든다고 합니다.
9.3 영화의 분위기나 음악은 어둡습니다.
체포, 고문과 투쟁, 사형과 같은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9.4 영화 감독의 데뷰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편집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2번째 볼 때야 앞부분이 이해되었습니다.
밀라다의 딸이 등장하는 앞부분을 없애고 사건의 진행대로 영화를 이끌었다면 더 감동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9.5 밀라다가 쓴 유서 편지를 정리하는 체코 공무원 사무실 벽에 스탈린의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만큼 소련의 입김이 체코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 걸 대변했다고 보입니다.
9.6 유럽을 여행해 본 많은 분들이 유럽에서 한 나라만 꼽는다면 체코라고 말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저도 코로나가 사라지면 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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