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확률, 9초의 기적, 기적의 승리, 손흥민의 눈물
본문 바로가기
마음 가는대로 쓴 글

9% 확률, 9초의 기적, 기적의 승리, 손흥민의 눈물

by 숲의새 2022. 12. 4.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46분 19초에 손흥민이 공을 잡고 질주한 후 46분 28초에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골을 넣어 기적을 만들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제가 본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였습니다.

눈가에는 반창고가 붙은 채로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손흥민 (출처 : 유튜브, 바이스톰코리아)
눈가에는 반창고가 붙은 채로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손흥민 (출처 : 유튜브, 바이스톰코리아)

1. 어려웠던 경기 전개와 기적의 골

1.1 어려웠던 경기 전개

전반 5분 만에 포르투갈이 한국의 오른쪽을 돌파하여 골을 성공시켰을 때 저는 "너무 일찍 골을 먹는구나. 김진수 수비가 너무 허술하다. 오늘은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날두 등을 맞고 나온 골을 김영권이 골인시켰을 때는 "어! 운이 따르는구나. 해 볼만하다."라고 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1:1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한국팀은 계속 밀렸고 우루과이와 가나전은 2:0으로 우루과이가 계속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1.2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와 황의찬의 역전골

가나전에서 12번 이상 코너킥을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손흥민 대신에 이강인이 찬 코너킥을 한국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 공을 후반 46분 19초에 손흥민이 잡고 70여 미터를 드리블을 했고 수비들도 맹렬하게 손흥민에게로 달려들었습니다.
손흥민 앞에 2명, 뒤에서 달려 오던 1명, 그리고 또 뒤에서 뛰어오던 3명, 이렇게 모두 7명이 손흥민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손흥민이 절묘한 패스를 황희찬에게 주고 있습니다. 손흥민 주변에 몇 명의 수비가 있는지 보십시오. 바짝 붙어 있는 5명과 뒷편에 2명, 황희찬 옆에 1명, 총 7명이 있습니다. (출처 : MBC뉴스)

뒤에서 바짝 뛰어오던 수비가 손흥민을 툭 치고 공을 뺏으려 했으나 손흥민은 버텨냈고 앞에서 가로막던 수비 앞에서 공을 잡고 잠깐 멈추었습니다. 그 사이에 빠르게 달려오던 황희찬에게 수비 가랑이 사이로 절묘하게 패스를 했고 황희찬은 후반 46분 27초에 논스톱 슛을 했고 46분 28초에 완성시켰습니다.

손흥민이 패스하기 직전이며 14번 수비수가 왼발을 뻗기 직전힙니다. 2번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보냅니다.
손흥민이 수비수 다리 사이로 패스를 주고 있습니다. 오른쪽 흑인 수비수는 왼발을 손흥민쪽으로 쭉 뻗어서 공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출처 : MBC뉴스)
손흥민이 수비수 다리 사이로 패스를 주고 있습니다. 오른쪽 흑인 수비수(14번)는 왼발을 손흥민쪽으로 쭉 뻗어서 공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출처 : MBC뉴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논스톱 슛으로 골인시키고 있습니다. (출처 : 유튜브, 바이스톰코리아)

만약 손흥민의 패스가 조금만 늦었다면 더 많은 수비가 달려들었을 것이고 황희찬이 오프사이드에 걸렸을 수도 있는데 완벽한 패스를 했습니다.

황희찬도 오른발로 아름다운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손흥민은 이 패스 하나로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포르투갈을 이길 확률이 9%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단 9초만에 이걸 깨부수었습니다.
스포츠가 주는 진한 감동입니다.

2:1 승리가 확정된 후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 바이스톰코리아)
2:1 승리가 확정된 후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 바이스톰코리아)
2:1 승리가 확정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출처 : 바이스톰코리아)
2:1 승리가 확정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출처 : 바이스톰코리아)

1.3 손흥민의 오열

경기가 끝나자 손흥민은 마스크를 던지고 오열했습니다.

손흥민을 경기가 끝나자 무릎을 꿇고 오열합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무릎을 꿇고 오열합니다.

토트넘의 콘테 감독은 그의 팀을 위해 이번 월드컵에 나가지 말라고 이기적으로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평생 후회하기 싫다면서 월드컵에서 뛰었습니다. 그도 자신의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출전한 브라질과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한 한을 풀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손흥민은 그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드리블 돌파도 못했고 가나전에서는 코너킥을 12번인가 찼으나 모두 가나 선수들이 먼저 차단했습니다. 그의 강한 슛 몇 개도 수비에 맞거나 키퍼 정면으로 가서 모두 막혔습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기적을 만든 패스 하나로 그간의 부진을 모두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손흥민은 다발성 얼굴 골절로 월드컵에서 뛰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다시 또 부상을 당한다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위험을 안고 마스크를 쓰고서도 출전했습니다.
걱정하던 대로 실력이 발휘되지는 않았습니다. 손흥민으로 인해 수비들을 달고 다니고 다른 공간을 만들어 준 것 말고는 큰 활약을 못하기는 했어도 국민들은 기대만큼 못해주니 실망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에서는 토트넘에서보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국대팀에서는 토트넘에서처럼 뛰어난 선수들이 없어서 손흥민에게 좋은 패스가 가지 못하고 손흥민이 아래로 내려와 경기를 도와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늘 이타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손흥민은 항상 슛 타이밍이 한 박자 느렸고 돌파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는 손흥민의 부상과 그가 느끼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공을 잡고 슛을 할 타이밍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그는 월드컵에 출전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잘해야 한국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며 전 국민들이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또 주장을 맡고 있으니 손흥민이 느끼는 부담감이 더 컸을 것이고 자신이 잘 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아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거의 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후반 46분 28초에 기적의 골을 만든 후 16강에 진출했으니 한스러움이 풀렸고 벅차 오르는 기쁨이 범벅되어 오열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손흥민이 울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손흥민이 울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2. 손흥민 선수와 선수단에게

2.1 손흥민 선수에게

자랑스러운 흥민 선수,
본인의 플레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잘 압니다.
그대가 보여준 희생과 용기, 그리고 무겁게 느끼고 있는 책임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뛰고 있음도 잘 압니다.
브라질전에서는 승패를 넘어서서 편하게 뛰세요.
그대는 충분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만 합니다.
끝까지 후배들과 동료들을 잘 이끌어 주십시오.

승리가 확정된 후 한국 응원단쪽으로 달려가는 선수들 (출처 : 유튜브, 바이스톰코리아) - 이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후 한국 응원단쪽으로 달려가는 선수들 (출처 : 유튜브, 바이스톰코리아) - 이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2.2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선수단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Impossible is nothing.
Never give up.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여러 외신들과 외국 국민들이 대한민국 축구팀은 16강에 갈 자격이 있다고 다들 말하고 있습니다.

선수단 여러분,
불굴의 의지로 싸워주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이번 대표팀을 보고 있으면 고난의 길을 극복해 온 우리나라의 험난한 역사를 보는 듯합니다.

정정당당하게 온 힘을 다해 싸우십시오.

3. 영국 BBC

3.1 해설자

영국의 BBC 해설자는 손흥민이 경기 후 오열을 하자 감격에 벅차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손흥민에 대한 소감을 말했습니다.

BBC해설자가 손흥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출처 : 유튜브 클릭이슈, 2022년 12월 3일)

여러 해설자의 말 중에서 가장 잘 설명한 것으로 생각해 아래에 옮깁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원맨팀이 아니다. 해리 케인과 여러 뛰어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국가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엄청난 부담과 막중한 책임감에 놓여 있다.
손흥민의 활약과 부진에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는 충분히 포기했어도 될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모든 걸 희생했다. 그리고, 앞서 2경기에서의 부진을 이번 역전골의 어시스트로 만회했다.

손흥민을 오래 중계한 사람으로서 아시아인으로서의 그의 도전을 높이 샀기에 정말 애정이 가는 선수 중 한 명인데 오늘 그의 눈물은 나를 감동시켰다.

손흥민은 자신이 득점왕을 했던 순간보다 이번 16강 진출을 더 기뻐한 것 같다.

3.2 BBC 평점과 한 장의 사진

BBC는 한국-포르투갈전에서의 손흥민 활약에 대해 두 나라 선수들 중에서 최고점수인 9.15를 주었고 BBC 스포츠 트위터에 12월 3일 한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BBC 스포츠 트위터에 올린 사진 / '비오는 어두운 밤. 노란 조명엔 대한민국 국기 문양이 비춰져 있고, 붉은색 슈퍼히어로 수트를 입고 우뚝 선 손흥민이 위기의 밤을 지킨다.' (2022년 12월 3일)
BBC 스포츠 트위터에 올린 사진 / '비오는 어두운 밤. 노란 조명엔 대한민국 국기 문양이 비춰져 있고, 붉은색 슈퍼히어로 수트를 입고 우뚝 선 손흥민이 위기의 밤을 지킨다.' (출처 : 머니투데이 2022년 12월 4일)